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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가 ‘연비’이다. 차는 한 번 구입하면 최소 몇 년을 써야 하기 때문에 연비가 낮으면 유지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전자제품의 경우에는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유지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TV를 비롯하여 주요 제품군에서 스펙 경쟁이 과열되면서 전자/IT 시장에서도 유지비(전기료, 충전 스트레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비롯하여 스펙이 고도화될수록 소비전력은 높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높아지는 스펙에 비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한계 효용이 감소하고, 웨어러블 등 다양한 IoT 제품까지 등장하면서 전자제품의 ‘연비’, 즉 소비전력 이슈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앞으로 ‘소비전력’은 제품을 구성하는 일개 요소가 아니라, 제품 카테고리의 성장과 흥망을 결정짓는 중요한 트리거가 될 수 있다. PDP가 높은 전력 소모로 시장에서 사라진 것처럼, 전자/IT 시장에서 연비 경쟁에 뒤쳐질 경우 ‘제2의 PDP’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웨어러블, IoT, UHD 제품이 확산될수록 소비전력 혁신이 전자/IT 시장에 줄 파급력은 커질 전망이다.
본지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맞춰 LG경제연구원의 자료를 토대로 소비전력에 대해 재조명해봤다. 지면상의 이유로 재편집된 점을 양해바란다.

 

자료. LG경제연구원 이종근 연구위원

 

 

 

1. 소비전력 이슈 재점화

 

(1) 고스펙 스마트폰에 대한 체감가치 둔화

 

최근 스마트폰 시장을 보면 과도한 스펙보다는 실질적인 ‘가격 대비 성능비’를 더 중시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스펙은 상향평준화된 상황이고, ‘조금 더’ 스펙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한계 효용이 많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 대비 월등하게 좋아진 기능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판매 가격을 상승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이제는 웬만한 기능에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어려우며 오히려 ‘뭐가 달라졌는데 또 비싸졌냐?’라는 비아냥을 사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게다가, 스펙이 높아지고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구조의 특성상,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백라이트(Backlight)가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통로(개구 면적)가 줄어들 수 밖에 없어 더 많은 광원이 필요하고, 소비전력도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그 외에도 더 많은 센서가 부착된 스마트폰에서는 더 많은 실시간 상황인지(Context Awareness)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그 만큼 전력 소모도 높아진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소비자들의 고스펙 제품에 대한 니즈는 다소 주춤하고 있다. 자주 쓰지도 않는 기능 때문에 굳이 더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제품을 구입하고 더 불편하게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가치를 크게 끌어올릴 만한 무언가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지도 모른다.

 


(2) 웨어러블의 소비전력, 제품 성패를 가늠할 핵심 이슈

 

소비전력에 대한 문제는 스마트폰보다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이하 웨어러블)에서 훨씬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매일 충전하기도 귀찮은데 웨어러블까지 자주 충전해야 한다면 소비자들은 웨어러블을 생활필수품으로 과연 여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많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가 잦은 충전에 따른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본다면 웨어러블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보다 소비자가 감수해야 되는 것, 특히 충전 스트레스가 더 크다면 시장에 안착하기가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웨어러블 제조사들은 웨어러블의 소비전력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 워치 중 소비자 반응이 긍정적인 제품들을 분석해보면 상당수가 소비전력 이슈가 적어 한 번의 충전으로 최소 5일 이상 사용할 수 있거나, 아니면 차라리 기존 수은전지를 탑재해 6개월~1년 정도는 충전 및 소비전력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는 제품들이다. 웨어러블에서의 소비전력 문제는 제품 카테고리의 성패를 가늠할 핵심 요소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3) UHD 확산으로 TV 에너지소비 효율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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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P TV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TV의 소비전력 문제도 UHD 등장과 더불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개구 면적이 줄어들어 기본적으로 더 많은 광원이 필요한데 TV 화면 크기까지 계속 대형화되면서 훨씬 더 많은 전력이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UHD 대비 해상도가 1/4에 불과한 FHD TV의 경우 대부분이 에너지소비 효율 1등급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UHD로 넘어 오면서 대부분 3~4등급으로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TV의 전체 소비전력이 크지 않은 상황 속에서 효율등급이 몇 단계 떨어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TV의 평균 판매가격(ASP)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 서치에 따르면 1,000달러 이상 TV의 비중이 '12년에는 8.9%이지만, '17년에 3.2%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TV와 관련된 가격 민감도가 크게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소비전력과 같은 유지비용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에너지소비 효율등급 두 단계 정도의 차이를 금액으로 환산(교체주기 8년, 일평균 4시간 시청 기준)해 본다면 OECD 국가들을 기준으로 대략 30~40만 원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누진세율이 높은 국가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전기료가 부과될 수 있는 구조이다. 대부분의 TV 가격이 수십 만 원 수준인 상황 속에서, 소비전력 차이로 인한 유지비용 격차가 TV 구입가의 절반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UHD TV는 글로벌 주요 TV제조사들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는 하이엔드(High-end) 뿐만 아니라 볼륨존(Volume Zone)에서도 본격적으로 탑재될 전망이다. 볼륨존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하이엔드 대비 훨씬 높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소비전력에 따른 유지비용 이슈는 더욱 불거질 수 있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소비전력 혁신 제품을 내놓고, 이를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적극 어필한다면 ‘저소비전력’은 TV 구매에 있어 다시 한 번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할지도 모른다.

 


(4) 새어나가는 가전제품의 대기전력

 

얼마 전, 셋톱박스의 높은 대기전력이 이슈가 되었었다. 대형 TV의 대기전력보다도 최대 260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소식이 여러 언론을 통해 소개되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무심코 켜둔 셋톱박스가 의외로 높은 대기전력을 소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렇게 새어 나가는 가전제품의 소비전력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셋톱박스처럼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대여’ 형태로 제공되는 제품일수록 제조사 입장에서는 제품 개발 비용을 최소화하려고 저효율 부품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소비전력이 높아질 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러한 조삼모사식의 제품이 많아질수록 전자/IT 시장에서의 연비(초절전) 이슈는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최근 열린 주요 가전 전시회나 컨퍼런스에 가보면 경쟁적으로 스마트홈, 사물인터넷 제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기존에 없던 신개념 제품들이 스마트홈이라는 범주 내에서 얼마든지 가정 내에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최근 아마존에서 내놓은 ‘아마존 에코(Echo)’의 경우, 작은 원통 스피커처럼 생긴 제품으로 음성을 통해 간단한 검색, 음악 재생, 쇼핑, 알람, 일정 확인 등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카테고리의 가전제품들이 쏟아지고 있고, 이러한 제품들의 특성상 항상 켜져 있어야(Always-on)하므로 소비/대기전력 이슈는 항상 잠재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
사물인터넷(IoT)이 확산될수록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많이 사용하게 될 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사용하는 전자제품들 중에서 어떤 것이 얼마나 소모가 많은지를 더 잘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스마트 그리드’ 컨셉이 대중화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GE는 일반 가전을 뛰어 넘어 산업용 장비에까지 전력 누수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실시간 파악하여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사업모델을 미래성장동력 핵심의 한 축으로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상황에서는 소비전력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지만, 정량적으로 기기/부품별 소모되는 전력량을 알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소비전력은 제품 구매시 중요한 고려요인으로 다시 한 번 부각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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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비전력 해결 유형 3가지

 

(1) 소비 전력량 최소화

 

- 과도한 스펙/기능경쟁에서 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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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펙 욕심만 좀 줄인다면 소비전력은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 타 기업과의 경쟁 관점에서 자꾸 더 많은 기능을 구현하고 수치적으로 더 높은 스펙을 달성하려고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소비전력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고정 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과한 스펙을 대폭 줄이고 소비전력 개선에 집중해 주목받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기대 이상의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페블(Pebble)’ 스마트 워치는 과한 스펙을 과감하게 벗어 던져 버리고, 잦은 충전에 따른 소비자들의 스트레스를 크게 줄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재 출시되었거나 향후 출시 예정인 대부분의 스마트 워치는 고선명 컬러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어 있는데, 이는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전기 하마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페블은 해상도도 낮고 컬러 구현도 안 되는 흑백 이페이퍼(e-Paper)를 적용했다. 이페이퍼는 LCD/OLED 대비 소모되는 전력이 훨씬 적어 한 번 충전으로 5~7일 정도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야외 시인성(Daylight Readable Display)까지 좋아 스타트업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흑백이고 저해상도이다 보니 제공할 수 있는 앱의 범위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앱 중심으로 생태계도 꾸려 나가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도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술 더 떠서 디스플레이를 아예 없애 버린 제품도 존재한다. 미스핏 샤인(Misfit Shine)의 경우, 디스플레이는 아예 없고 작은 불빛만으로 시간을 나타낼 수 있고, 내재된 센서를 통해 활동량 측정에 집중한 웨어러블 제품이다. 그렇다 보니 수은 전지 하나만 탑재하고 별도의 충전이 필요 없으며, 6개월 정도는 거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 모딜리안(Modillian)의 스마트 시계줄(Smart Strap)이다. 기존 시계에 줄만 바꿔 끼우는 컨셉으로 기존 시계의 디자인은 백분 살리면서, 꼭 필요한 스마트폰 메시지만 진동으로 확인(Notification)할 수 있다. 당연히 소모되는 전력도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는 형태이다.
과도한 스펙/기능 경쟁의 틀에서 벗어난 사례는 스타트업 제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모토로라에서 출시한 드로이드 터보의 경우, 5.2인치 디스플레이, 2,100만 화소의 카메라와 3? 메모리를 탑재했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스펙이기는 하지만, 최고 스펙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무게도 176g으로 무거운 편이다.
하지만, 드로이드 터보는 3,90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48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터보 충전 기능으로 15분 충전으로 완충이 가능하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최신 스마트폰은 무조건 경박단소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버리고 소비자들이 불편해 하는 충전 및 소비전력 이슈 해결에 앞장선 것이다. 애플이 출시한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Retina) 제품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레티나가 적용되었기 때문에 기존 아이패드 미니 대비 전력 소모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아이패드 에어 대비 크기가 작아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제품은 낮은 색재현율(Color Gamut Rate)을 적용했다. 아마존 킨들파이어(HDX 기준)에 많이 못 미치는 수준의 색재현율을 적용한 것이다. 색재현이 높을수록 소비자들은 더 깊이 있는 색을 느낄 수 있지만, 소화면인 모바일 제품의 경우 그 체감도가 크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전력 강화를 위해 색재현을 낮게 적용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결국 소비자 체감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요소에 대해 과감하게 스펙을 하향 조정하게 되면 그만큼 소비전력을 높일 수 있고 사용자들은 덜 자주 충전하고 더 편안하게 기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샤오미’식 집중적/주기적 S/W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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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가 최적화되지 않으면 배터리 소모는 더 많아진다. 안드로이폰 등장 초기에 지금보다 스펙이 훨씬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배터리가 더 빨리 소모되었다는 점만 보더라도 소프트웨어 최적화 및 업그레이드가 소비전력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가늠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끊임없이 최적화함으로써 효율을 높여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따라서 지속적이면서도 자주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것이 소비전력 관점에서 유리하다. 이를 잘 실현하고 있는 기업이 샤오미다. 샤오미 창업자의 대부분이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일 정도로 샤오미의 소프트웨어 역량은 업계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기존 기업들의 경우,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VOC가 나오더라도 빠르게 제품이 반영하기는 어려웠다. 아주 가끔 있는 S/W 업그레이드 시점에서 일부 반영하거나, 차기 모델에 반영을 검토하는 수준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샤오미는 수십~수백만 명의 미펀이 샤오미 게시판에 제품의 혁신 방향과 불만 관련 의견을 내놓으면, ‘오렌지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매주 금요일 오후에 그 의견들이 반영된 미유아이 최신판을 발표한다. 우수 미펀에게는 ‘빠이미화상’을 수여하는 등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있어 상당히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업그레이드 주기가 조금 길어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경쟁사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S/W 업데이트를 자주 진행하고 있다. 샤오미의 CEO 레이쥔은 배터리 소모를 일으키는 핵심 원인 중 하나가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문제라고 규정하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사활을 걸고 있다.

 

 

- ‘고정관념을 깨는’ 상품 컨셉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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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전력이 단순히 배터리, 스펙, 소프트웨어 이슈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상품기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도 소비전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현재 소비전력 이슈가 가장 큰 스마트 워치 시장에서도 고정관념을 깨는 상품기획을 통해 소비전력을 크게 줄인 사례가 많이 있다.
위딩스(Withings) 스마트 워치는 언뜻 봐서는 일반 시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웬만한 스마트 워치 기능은 다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이다. 가속도계를 이용해 보행이나 수면 시간을 추적할 수 있으며, 설정에 따라서는 칼로리를 계산하거나 축적한 데이터를 모바일앱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대신, 배터리 소모가 많은 디스플레이는 없애고, 기발한 발상으로 아날로그식 시/분침을 이용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알려주는 독특한 컨셉을 채택했다. 시계 앞면을 보면 일반 시간을 표시하는 시분침 외에 아래쪽에 작은 초침이 보인다. 이 작은 초침은 0에서 100까지 나타낼 수가 있는데, 사용자가 모바일앱으로 미리 설정한 운동량 목표 대비 몇 퍼센트를 달성했는지 알려준다. 그 뿐 아니라 진동 알람이나 수면 패턴 같은 것도 분석해 주고, 위딩스가 선보인 체중계인 위딩스 스케일(Withings Scale)과도 연동해 체중관리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기존 시계에 쓰는 납작한 원형 건전지를 써서 1년 동안 쓸 수 있으며, 충전은 별도로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카이로스(Kairos)도 독특한 컨셉의 스마트 워치로 충전 스트레스를 줄인 제품이다.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 워치는 디스플레이가 항상 켜져 있기 때문에 배터리가 계속 소모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하지만, 카이로스는 평소에는 일반 아날로그 시계의 형태를 보이다가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줄 때에는 커버 글래스를 통해 정보를 표기해준다. 평소에 투명 디스플레이로 있을 때에는 전력 소모가 거의 없다가 정보를 표기할 때만 일부 소비전력이 발생하게 돼 배터리 지속시간도 거의 일주일에 가깝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게다가 이러한 컨셉이다 보니 배터리가 방전되더라도 다른 스마트 워치와는 달리 시계 기능과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역할은 계속할 수가 있어, 소비자들에게 충전의 압박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다.
그 외에도 리톳(Ritot)처럼 평소에는 디스플레이가 아예 없지만, 꼭 필요한 경우에는 프로젝션 형태의 빛을 내어 손등에 비추는 방식도 있다. 고정관념을 조금만 깨게 되면 스마트 워치에서도 얼마든지 소비전력 이슈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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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ub-Device와의 공생

 

- 스마트폰 여는 횟수 최소화

일반적으로 스마트폰과 스마트 워치를 같이 이용하면 스마트폰 배터리가 더 빨리 닳을 것으로 여기기 쉽다. 아무래도 블루투스에 항상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스마트폰 센서를 더 자주 켜야 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더 소모될 수 있는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사용자의 이용 행태를 조금만 더 깊게 들여다본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자는 하루에 150번 정도 스마트폰의 화면을 켜 본다고 알려져 있다. 켜는 목적은 시간을 확인하는 것 외에도 문자 메시지, SNS 알림, 전화 수신, 음악 변경 및 볼륨 조정, 일정 확인, 놓친 메시지/전화 확인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사용자가 스마트 워치와 병행 이용하게 되면, 이 중 상당수를 굳이 스마트폰을 열지 않고, 스마트 워치를 통해서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많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한 번 스마트폰을 열어보면 그냥 닫기보다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페이스북 등을 습관적으로 열어 보고 가십 기사를 읽는 습관이 있는데 이러한 횟수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식으로 적절하게 기기간 역할 분담을 한다면 의외로 스마트폰의 소비전력을 덤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 상부상조를 통한 전력 공유
삼성은 최근 ‘삼성 플로우(Samsung Flow)’라는 컨셉을 공개했는데, 삼성의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태블릿, PC 간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그런데 그 중 배터리 전력 공유에 관련된 내용도 있다.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을 같이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으므로 스마트워치의 배터리가 일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인근에 있는 스마트폰의 전력을 공유한다는 컨셉이다. 그 외에도 ‘Power Sharing Cable’을 통해 부족한 전력을 인근 모바일 기기끼리 물리적으로 연결하여 공유하는 ‘긴급 수혈’ 방식도 공개했다.
이런 식으로 스마트폰과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대만의 와이미(Wime)에서 공개한 ‘톡케이스(Talkcase)’는 아이폰의 서브폰 역할을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아이폰을 사용하다가 배터리가 방전될 경우 유심카드만 서브폰으로 옮겨 전화통화를 할 수가 있다. 외부에서 스마트폰이 방전되더라도 중요한 전화는 얼마든지 걸고 받을 수 있어 ‘Contingency Plan’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작은 계산기 모양이고, 두께도 5.5㎜에 불과하며 2시간 30분 동안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평소에 폰케이스로 그냥 쓰다가 꼭 필요할 때 서브폰으로 이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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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큐브레이슬럿(QBracelet)이라는 액세서리형 제품은 평소에는 패션 아이템이지만,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에는 충전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일종의 팔찌형 배터리이다. 둔탁하고 거부감 있는 형태가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패션 아이템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 유사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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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차세대 초절전/에너지 기술의 적용

 

- 디스플레이 기술의 혁신
전자/IT제품에서 소모되는 전력량이 가장 많은 부품은 디스플레이 패널인 경우가 많다. TV, 모바일 등 주요 제품군에서 점점 화면의 대형화, 초고해상도화가 진행되면서 소비전력 이슈는 더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디스플레이 패널과 관련된 기술혁신은 소비전력 혁신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
OLED 패널의 경우, LCD와는 달리 필요한 픽셀의 빛만 켜주면 되고, 화면 구현을 위한 층(Layer)도 단순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소비전력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구조이다. 점차 소재의 혁신, 회로 복잡성의 단순화, 광효율의 혁신 등이 병행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LCD 대비 저소비전력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마이크로 LED, 광배향 필름, 옥사이드, LTPS 등과 같이 지금 당장은 상용화가 어렵거나 고비용 부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달성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 후보군은 상당히 많이 있다. 따라서 디스플레이 패널 기술의 진보를 통한 소비전력 이슈 극복도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재조명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더 작은 배터리 크기이면서도 고효율을 달성하고 발열이나 수명 이슈도 최소화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은 소재, 화학 기업들 모두가 지향하고 있는 바이다.
하지만, 더 큰 관점에서 본다면 단순히 배터리 용량만을 늘리는 것보다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관점에서의 혁신 잠재력도 함께 모니터링돼야 할 부분이다. 말 그대로 주변에서 버려지는 열, 진동과 관련된 에너지를 다시 수확해 전기에너지로 전환하여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열전발전의 경우, 온도차는 어떤 곳에서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용한도는 거의 무한대다. 자연계에 있는 열원, 태양열, 지열, 인체열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공장, 자동차, 쓰레기 소각장 등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열도 열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하이테크 섬유를 통해 체온으로 발전하는 의류도 등장할 전망이다.
일상생활 전반에서 발생하는 진동이나 충격 등의 운동 에너지로부터 전기를 얻는 압전발전도 관심거리다. 압력이나 진동에 의해 전기가 발생하고 역으로 전기를 흘려주면 진동이 생기는 식이다. 가스레인지를 켤 때 손잡이를 돌려 압전체에 압력을 가하게 되면 전기가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불꽃이 생기며 불이 붙는다. 신발에 압전발전기를 부착하면 걷거나 뛸 때마다 배터리를 충전하게 된다. 물론 에너지 하베스팅은 아직 일상생활 전반에 적용되기에는 효율, 비용 등의 이슈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웨어러블, IoT 트렌드 속에서 그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만큼 기술이 대중화되기까지의 속도도 단축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3. 향후 1~2년 내 경쟁 트리거로서의 소비전력

 

(1) 기능/스펙 Trade-off 경쟁

 

모든 전자제품이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등 모바일 기기는 ‘무언가를 포기하면 다른 것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구조’이다. 다시 말해, 경량화를 포기한다면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고,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포기한다면 전력 소모를 현저히 낮출 수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스펙 간 가중치(Weight) 재조정을 통한 차별화 경쟁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 ‘페블’처럼 굳이 혁신 기술을 적용하지 않고 기존에 존재하던 기술만 가지고도 스펙 간 가중치를 조정함으로써 소비전력을 개선시킬 수 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스펙이나 기능을 추가하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어려울지 모른다. 소비자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가치에만 집중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상향평준화되어 버린 스마트폰 시장 속에서 묻지마 식으로 스펙을 올리는 것을 소비자들은 더 이상 바라지 않을지도 모른다. 웨어러블을 대중화시키기 위해서는 충전의 번거로움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특히 중요해질 것이다. 복잡한 기능의 웨어러블보다 한두 가지 핵심 기능에 충실하면서 충전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H/W 측면에서 기술 혁신이 없더라도 이러한 경쟁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당장 2015년 상반기부터 모바일 Trade-off 경쟁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세계 신재생에너지시장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으나, 개선폭은 선도기업 대비 더딘 상태다. 이는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태양광 분야의 경우 기술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으나 여전히 가격경쟁력에서는 세계 수준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풍력산업은 해외진출이 지연되면서 선진업체와 격차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2) 모바일 소비전력 이슈를 모바일 ‘밖’에서 해결

 

모바일 기기만큼이나 충전 이슈가 큰 제품이 바로 전기차이다.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한정되어 있고, 충전 속도도 몇 시간씩이나 걸리다 보니 전기차와 관련된 정부보조금이 많이 지급되더라도 선뜻 구매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래서 일부 제조사에서 급속 충전기를 선보이기도 했으나, 기술적 한계로 인해 급속 충전을 하면 할수록 배터리 수명이 빠르게 단축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테슬라는 ‘수퍼차저(Supercharger)’라는 급속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급속 충전하더라도 배터리에 악영향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그 자체도 높은 품질을 자랑하지만, 차 ‘밖’에서도 수퍼차저라는 차별적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전기차 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기업이 되었다.
어쩌면 모바일에서도 테슬라처럼 모바일 ‘밖’에서 소비전력 이슈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올지도 모른다. 배터리 기술이 단기간 내에 혁신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배터리 크기를 무리하게 키우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수퍼차저 컨셉을 모바일에서도 적용하는 편이 소비자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사용자마다 필요로 하는 배터리 용량이 다 다를 수 있어서 천편일률적으로 배터리를 키우면 오히려 불편함만 가중시킬 수 있다. 평소에 배터리가 많이 부족한 사용자는 웨어러블 팔찌 형태의 대용량 배터리를 소지하면 되고, 배터리 방전시 비상 전화 정도만 필요하다면 그에 맞는 서브폰 케이스를 이용하는 것은 이미 현실화된 이야기들이다. 점점 더 패셔너블한 모바일 밖 아이템들이 등장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향후 1년 내에 스마트폰 밖에서 충전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아이템들이 쏟아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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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저소비전력’이 Marketing Tool로

 

전력산업은 전자식 전력량계가 도입된 20여 년 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던 분야였다. 하지만 최근 GE를 비롯한 많은 굴지의 기업들이 사물인터넷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특히 가정내 냉/난방을 포함하여 각종 가전들의 전력량을 빅데이터 관점에서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큰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가정 내 주요 전자제품별로 전력 소모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 머지않은 미래에 소비전력이 중요한 마케팅 툴(Marketing Tool)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랩에서 만든 스마트 온도계(네스트)의 경우 기존 일반 온도계 대비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절감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알려줄 수 있다는 강점 때문에 출시 1년 만에 스마트 온도계 업계의 최강자로 부상했다. 결국 그 시장의 잠재력을 인정받고 32억 달러라는 거금에 인수되었다.
소비자들은 소비전력에 대해 정량적으로 알기 전에는 크게 이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네스트 사례처럼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수치로 소비전력 절감 효과를 인지하게 되면 제품 구매 시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게 된다. 앞으로 TV, 냉장고, 세탁기를 비롯해 주요 가전에 있어 ‘소비전력’이 얼마나 중요한 마케팅 키워드로 자리 잡을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 출처 : EngNews (산업포탈 여기에) - 전자·IT 시장의‘연비 경쟁’ 점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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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매실총각

Special Report 2 I 자동차 특집 l 자동차 기술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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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소재의 진화 ‘혁신의 동력은 기술의 융복합’
연비·친환경 등 감안한 뉴트렌드 접목 시도… 경량화, 고강판, 친환경 소재 등

 


자동차 경량화 및 친환경차 부상이라는 자동차 산업의 큰 흐름 아래에서 철강이 자체 개선을 통해 자동차 소재의 절대적 지위를 유지할지, 비철금속 및 복합재료 등의 대체 소재가 본격적으로 부상할지 양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근래 Audi, BMW, Toyota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저 업체가 소재에 대한 새로운 시도들(알루미늄, 탄소복합재료, 바이오 소재 등)을 진행하면서 자동차 소재의 변화 방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재 자동차 소재의 진화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이슈는 무엇인지 점검하고, 현 상황이 한국 소재 산업에 주는 시사점을 LG경제연구원 자료를 통해 살펴본다.

 

 

자동차는 소재의 선택이 매우 어려운 산업이다. 강하면서도 가벼워야 하고, 싸면서도 풍부하게 공급되어야 하며, 다양한 기후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물성이 유지되어야 하는 등 요구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20세기 초 자동차의 주된 소재가 나무에서 철로 대체된 이후 100년 동안 자동차의 대부분은 철로 만들어지고, 내장과 외장재 일부에만 플라스틱과 유리가 채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자동차 소재들은 지난 30년간 큰 변화 없이 자체 진화를 통해 최적화되어 왔고 전 세계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유사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대체 소재들이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자동차 소재의 대체와 진화에 대한 논의와 연구들이 자동차 업계 주도로 진행되고 있고, 과거보다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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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소비자 인식 중요 이슈 등장

이러한 변화의 첫 번째 이유는 ‘유가 100불 시대’로 진입하면서 연비가 소비자 인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연비는 중요했다. 그러나 저유가 시대에는 개성과 디자인을 위해 연비는 희생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유가 100불 시대에 들어서 연비의 위상은 달라졌다.
자동차 연비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파워트레인의 효율성 개선과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디자인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런 요소들은 지금까지 자동차 기업들이 꾸준히, 점진적으로 개선시켜온 것들로 추가 개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자동차 소재 대체를 통한 경량화는 조립 공정의 어려움과 비용 상승, 변화에 따른 리스크 등의 이유로 미뤄왔던 것으로 개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관련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무게가 10% 절감될 때 자동차 연비는 6~8% 개선되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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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규제와 친환경차 육성 부상

두 번째는 선진국 환경 규제의 실행 시기가 다가오면서 연비 개선과 친환경차 육성이 현실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선진국의 환경 규제는 다양하게 있지만, 미국의 CAFE(기업평균연비, 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EU의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규제안’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CAFE는 연비 규제를 통해 환경 오염물질 배출을 통제하는 것으로,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초기 규제 기준이 낮아 아직 현실적 문제로 부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15년을 지나면서 연비규제 기준이 빠르게 높아져 2025년에는 리터당 23.2km로 매우 도전적 수준이 된다. 더욱이 유럽의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규제안은 미국보다 더욱 강하다. 기준이 되는 CO2 배출량을 연비로 환산하면, 2025년에는 33.1km의 연비를 달성해야 한다.
이렇게 도전적인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노력해온 엔진 효율성 개선 이외에, 경량 소재 적용을 통한 연비 개선과 친환경차 판매 증가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친환경차의 성장도 자동차 소재 변화에는 중요한 트리거가 된다. 현재 전기차나 연료전지차, 천연가스차 등 친환경차의 공통적인 문제는 ‘짧은 주행거리’로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차량 경량화가 절실한데, 대용량 배터리, 고압 연료통 등의 새로운 부품이 추가되면서 자동차 무게는 매우 증가하였다.
따라서 친환경차 시장의 선발 기업들은 비용 상승을 감수하면서도 극단적인 소재 대체를 통한 경량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Tesla의 모델S는 알루미늄을, BMW의 i3는 알루미늄 및 탄소섬유복합재료를 대량 적용해서 자동차 무게를 250kg 이상 줄였다. 이러한 시도의 성공 여부를 현시점에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경량 소재 가공기술에 상당한 진보를 가져왔으며 앞으로 친환경차 전용 모델의 경량화 소재 비율 향상에 기여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편의성, 안정성에 기능성 부품 채용 확대

세 번째는 편의성과 안전성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관련 기능성 부품들의 채용이 증가함에 따라 차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자동차 무게에 큰 관심이 없을 때 승용차 평균 무게는 1,800kg을 상회했으나 1970년대 1, 2차 석유 파동 이후 가벼워지기 시작해서 1980년에는 1,450kg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1990년대 차량 자동화와 SUV 판매 비중이 증가하면서 자동차는 다시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평균 무게가 1,900kg을 넘어섰다.
이러한 현상은 차량 경량화가 자동차 산업의 중요한 트랜드로 언급되고 있는 최근에도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실용적 자동차의 대명사인 Toyota Corolla의 경우에도 공차무게가 1992년 1,090kg의 저점 이후 2013년 1,255kg까지 무거워졌는데, 2014년 모델은 1,300kg으로 ‘경량화’가 아닌 ‘중량화’ 추세가 지속하고 있다. 결국, 자동차의 전장화와 안전성 강화 트랜드를 따르면서 연비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경량화 소재 대체와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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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메이커 차별화 전략 ‘감성 마케팅’

네 번째는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는 선진국 자동차 메이저 업체들이 차별화를 위한 돌파구로 ‘감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이동수단뿐 아니라 주거공간으로서의 가치도 커짐에 따라 여성 소비자의 선택권이 높아지면서 럭셔리, 친환경 등 감성 품질에 대한 차별화 가치가 커지는 추세에 기인한다. 감성 마케팅에는 일차적으로 디자인과 컬러를 통한 차별화가 있지만, 국가별 개인별 선호도가 다각화되어 있고 모방이 용이하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친환경 및 인체에 무해한 소재, 특수한 기능성을 나타낼 수 있는 소재 등 다양한 차별화 스펙을 만들기 위한 소재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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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량화(Light-weight)

자동차에 경량소재 적용 노력은 이제 중요한 트렌드가 되었다. 과거에는 소재까지 바꾸지 않고 연비를 개선시키는 방법이 많다는 주장도 있었고, 경량화 소재 적용은 소재 기업들의 희망일 뿐이라고 폄하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소재 및 부품의 선택에서부터, 가공기술의 개선, 설계변경을 통한 모듈화까지 관련 기술개발 전반을 글로벌 자동차 메이저 업체들이 직접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경량화 소재 적용은 완성차 업체들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가 되었다. 이제는 경량화 소재의 채용 여부가 아니라, 그 중 어떤 소재가 자동차 경량화를 선도할 것인가가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그러면 먼저 자동차의 어떤 부분을 중심으로 경량화 소재의 적용이 검토되고 있는지 보자. 자동차의 중량은 BIW(Body-in-white, 차체 골격)와 파워트레인, 샤시 세 부분이 각각 27~28%로 차 무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경량화 잠재력도 가장 크다. 이중 파워트레인은 고내열성 등 필요한 물성이 더욱 까다로워서 사용할 수 있는 소재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소재를 대상으로 선택을 고민하는 부분은 BIW와 샤시 중심이다.
BIW와 샤시에 적용할 수 있는 경량소재는 고장력강판(AHSS, Advanced High Strength Steel)과 알루미늄, 마그네슘, 탄소섬유복합재료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경량소재들은 현재 다양한 장단점을 갖고 있어서 어떤 소재가 우월하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특히 자동차 소재는 아무리 일반적으로 좋은 물성과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해도, 해당 부품에 요구되는 핵심 특성이 충족되지 못하면 채용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소재의 약점이 가장 잘 극복될 것인가가 향후 경량소재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고장력강판

고장력강판은 완성차 업체에 가장 익숙한 소재라서 대체 리스크가 낮고, 신규 적용 시에도 기존 설비장치를 대부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가격도 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올라가 비용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특히 일부 완성차 업체는 철강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거나 자회사로 보유하는 경우도 있고, 협업관계도 가장 밀착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자동차 업계가 경량 소재 적용을 고려할 때 고장력강판을 우선으로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또한, 다른 경량 소재가 약점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고장력강판의 지속적 개선을 통한 경량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장력강판은 적용 부위가 제한되고 철이라는 소재 특성으로 경량화 수준에 한계가 있어 최대치가 10~20% 수준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알루미늄 합금(저비중강판)이나 플라스틱 샌드위치 강판 등 다른 경량 소재와의 접합을 연구하는 등 단독으로는 중장기 해법이 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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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알루미늄은 대체 시 40%라는 의미 있는 경량화가 가능하고, 장기간 부식되지 않으며 매장량도 풍부해서 공급안정성도 갖추었다. 가격(부품 기준)도 철 대비 약 30% 높은 수준으로, 경량화에 따른 연비 절감 효과를 감안하면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알루미늄은 재활용이 가능해 선진국에서 강화되고 있는 생산자책 임재활용제도(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에도 유리하다. 이 때문에 자동차 경량화가 논의되기 시작한 최근 30년간 철 이외의 경량소재 중 채용 비중이 가장 빠르게 증가해왔다.
미국의 알루미늄 협회에 따르면 북미 자동차의 자동차 소재에서 알루미늄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5년에는 2%(대당 40kg)에서, 2012년에는 8%(대당 156kg)까지 증가했다. 주 적용 분야는 엔진 관련 부품(Trans. Case, Heat Exchangers, Cylinder heads/block 등) 소재에서 80% 이상, 타이어 휠에 55%로, 주로 주조 공정이 가능한 파워트레인과 샤시 쪽에 우선으로 적용되고 있다.
알루미늄이 다양한 장점과 장기간 적용 시도에도 Body와 마감재(Closures)에 적용 비중이 낮은 이유는 용접 시 열에 의한 변형이 심해 성형/가공이 어렵고, 주조는 용이하나 압연, 압출 가공이 어려운 것에 기인한다. 따라서 향후 알루미늄이 후드(본넷)나 BIW, Door 등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성형/가공 기술 개선이 가장 중요할 전망이다.
일단 알루미늄은 다양한 장점으로 글로벌 자동차 메이저 업체에 철 다음으로 시도해보는 경량 소재로서의 입지를 확보했다. Audi는 1994년에 알루미늄을 차체에 대량 적용한 A8을 출시해서 자사의 경량화 기술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만들었는데, 철강 대비 92kg(Body 기준 28%, 전체 차량 기준 4.4%)의 무게를 절감했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Ford와 Toyota 등 다수의 메이커도 고급차종의 차체 일부에 알루미늄을 적용하고 있고, 전기차에서도 Tesla 모델S의 Body, BMW i3의 샤시에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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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섬유복합재료(CFRP,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탄소섬유복합재료는 유리섬유복합재료와 함께 대표적인 고기능 섬유복합재료로서 뛰어난 강도에도 매우 가벼워서 우주선이나 비행기, 슈퍼카, 골프채, 초대형 풍력날개 등 초경량 소재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대부분 선택되는 이상적 경량소재이다. 지금까지 자동차용 경량 플라스틱으로는 주로 유리섬유복합재료와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지만, Body 및 구조재료에서 철을 대체할만한 강도를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안으로 탄소섬유복합재료의 적용이 검토되고 있다. 탄소섬유복합재료는 고강도경량이라는 강점 이외에도 원재료가 광물이 아니라 모든 화석자원에 포함되어 있는 탄소이기 때문에 고갈 우려가 없고, 다양한 성형/가공으로 부품일체화가 용이하며, 스크래치에 의한 부식도 거의 없다는 다양한 강점이 존재한다.
반면 탄소섬유복합재료가 갖는 가장 중요한 약점은 높은 가격과 가공생산성의 문제이다. 가격이 소재 중량기준으로는 철의 약 20배, 부품 기준으로는 철강부품의 약 5.7배로 대용량 교체를 생각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또한, 탄소섬유복합재료에서 주로 바탕재료(모재)로 사용되는 에폭시 수지는 성형 후 굳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이러한 약점들로 인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의 자동차 채용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탄소섬유복합재료의 약점을 일정 부분 극복하면서 상용차에 처음으로 대량 적용한 기업은 독일의 BMW다. 2013년에 출시된 전기차 i3의 Life Module(상판 Body의 대부분)을 탄소섬유복합재료로 만들었고, 2014년에 출시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PHEV) i8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BMW는 탄소섬유복합재료와 알루미늄으로 각각 Life와 Drive Module(일반적으로 자동차의 샤시부분)을 생산하여 전기차 무게를 300kg 이상 절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MW는 탄소섬유복합재료의 적용을 위해 SGL이라는 독일 탄소재료 전문기업과 JV를 체결하고 12%의 지분까지 취득했으며, 탄소섬유복합재료 성형·가공 및 모듈화 공정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번 시도가 일회성이 아니라 중장기 계획 하에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BMW는 탄소섬유복합재료의 대량 적용을 위해 약 5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서 상판 Body에 사용되는 300여 개의 부품을 150개로 감소시키고, 부품 간 연결은 자동화 접착 공정으로 단순화시켜서 공정 비용을 크게 절감한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친환경 소재(Eco-friendly) - 바이오 소재 중심

자동차 산업에서 친환경 소재의 상징으로 바이오 소재를 사용하려는 시도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 Benz가 럭셔리 모델에 적용을 시작해서 적용 부품을 확대하고, 2000년대 후반에는 유럽의 다른 고급 브랜드와 Ford, Toyota에서도 바이오 소재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초기 바이오 소재 적용은 고급차의 감성 품질을 높이고 브랜드 마케팅을 하는 차원에서 시작됐으나, 최근에는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이미지를 배가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확산하는 추세이다. 자동차에 적용되는 바이오 소재는 강도는 약하지만 감성 품질이 높기 때문에 주로 차량 내부 소재 및 부품에 적용되고 있다. 자동차에 채용되고 있는 바이오 소재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PLA와 같은 전통 바이오 소재이다. 전통 바이오 기반 소재는 내구성, 내열성이 기존 석유기반 플라스틱보다 약하고 저가의 범용 플라스틱을 대체하다 보니 비용 상승이 커서 적용 부분 확산이 제한적이다. 주로 요구 물성이 평이한 콘솔박스나 내부 천장(Headliner) 등 내장 소재/부품 일부에만 적용되고 있다.
두 번째는 Bio PET(폴리에스터 섬유 및 플라스틱), Bio Foam(시트 폼, 우레탄) 등 생산 원료의 일부를 바이오 제품으로 대체하여 부분 바이오 플라스틱(보통 30~50%)으로 만든 것이다. 이 경우 완전한 바이오 소재는 아니지만 석유 기반 소재보다는 친환경적이라는 강점이 있다. 부분 바이오 플라스틱은 물성이 합성소재와 거의 같고 자동차 시트 폼, 바닥 카페트 등 넓은 부위에 다량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 번째는 바이오 기반 고기능 소재로서 Bio EP(엔지니어링플라스틱)가 대표적이다. Bio EP는 특수 바이오 기반 원료 물질을 화학반응을 거쳐 고기능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으로, 첨단 바이오 소재 영역이다. Bio EP와 같은 고기능 소재는 대체 대상 소재가 고가이기 때문에 대체에 따른 비용 부담이 덜하고, 자동차 내장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품으로 적용이 확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직은 DuPont과 DSM 등 바이오 화학소재 글로벌 선도 기업에서 개발하여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단계이다.
향후 자동차용으로 바이오 소재가 얼마나 더 사용될 것인가의 문제는 향후 바이오 소재 기술이 얼마나 더 진보할 것인지가 중요한 변수이다. 초기 바이오 소재는 주로 포장재로 사용되어, 산업용 내구재로 적용할만한 가격과 물성 수준에는 아직 충분치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근래 글로벌 바이오기업과 화학기업, 소비재/산업재 기업들이 다양한 제휴와 JV를 체결하면서 산업용 내구재로 사용할 수 있는 바이오 소재 개발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친환경차의 성장세이다. 바이오 소재가 선진국 럭셔리 모델에만 채용된다면 규모의 성장은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Toyota의 하이브리드차, BMW의 전기차 등 친환경차 모델에 바이오 소재를 대거 적용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특히 Toyota는 2015년까지 자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소재의 20%(약 25kg)를 바이오 소재로 대체하면서, 친환경차에는 중장기적으로 내부 소재/부품의 80%까지 바이오 소재를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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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형/특수 기능 소재(Intelligence)

완성차 업체들이 스펙 차별화를 위해 지능형/특수 기능 소재 채용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Toyota의 프리우스 모델에 옵션으로 제공되는 ‘Solar Roof’이다. 차량의 상판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부착하고, 주차된 동안 태양광 발전을 통해 차량 내부 공기가 순환되도록 하여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또한, Solar Roof는 태양광 발전으로 저장된 에너지를 통해 차에 타기 전 미리 에어컨디셔너를 원격으로 조종해 내부 온도를 낮춰놓는 역할도 가능하다. 이러한 Solar Roof를 통해 여름철 공조와 냉방뿐만 아니라 겨울철 시트 난방이나 배터리와의 연결을 통한 전장제품용 에너지로 활용하는 연구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또한, 차량 전장화 트랜드 하에서 소재에 기능성을 부여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는데, 이중 하나가 Head-up Display(HUD)에 들어가는 유리의 기능화이다. HUD는 차의 속도, 내비게이션 등 보여주고자 하는 영상 정보를 자동차 전면 유리 혹은 별도 HUD 패널에 투사시켜 운전 중 시야를 분산시키지 않고 운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미션 임파서블에서 공상과학처럼 소개되었지만 이제는 기아차의 K9, 현대차의 제네시스에서도 볼 수 있는 기능이다. 현재 HUD의 주류는 TFT 액정패널(LED 백라이트)의 영상을 여러 미러를 매개로 전면 유리에 표시하는 것이다. 이때 전면 유리가 영상을 통과시키지 않고 반사하기 위해서 유리 내부에 기능성 필름을 삽입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특수 유리를 제작해야 한다.
이 외에도 차량 표면에 흠집이 생겼을 경우 비싼 수선 코팅 없이 원상태로 복귀시키기 위한 방안도 개발되고 있다. Toyota에서는 기존 차체의 색상과 동일한 Sticker를 제작해서 흠집에 붙여 재코팅하는 방식으로 상업화를 시도했다.
또 다른 방식은 셀프힐링이 가능한 코팅재료를 표면에 사용하는 것이다. 셀프힐링 원리는 제품 표면에 부드러운 고밀도 분자구조를 채워 넣어 날카로운 물체에 부딪히더라도 구조가 파괴되지 않고 변형만 되도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표면에 변형을 일으킨 흠집은 3분 정도 체온과 비슷한 열을 가하면 분자구조가 원래 상태로 복귀되면서 없어지게 된다.

 

 

자동차, 전 세계 1,600조원 시장

자동차 산업은 세계 시장이 1,600조원대 규모로 단일 제품 산업으로는 가장 큰 시장이다. 완성차 기업의 국적은 있으나 자동차의 국적(생산지역)은 의미가 없으며, 에너지-소재-IT/전자-기계 등 다양한 산업이 밀접하게 결합한 종합 글로벌 산업이다.
따라서 한 국가의 제조업 경쟁력을 말할 때 꼽히는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러한 자동차 산업에서 우리나라도 이제 완성차와 기계부품 경쟁력 모두 글로벌 메이저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동차 소재의 경쟁력도 글로벌 수준인가를 생각하면 후한 평가를 주기 어렵다. 철강 소재를 제외한 알루미늄이나 화학 소재에 대해서는 글로벌 수준과의 격차를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용 소재의 주요 트렌드인 경량화와 친환경 소재, 지능형/특수 기능 소재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지금처럼 글로벌 자동차용 소재의 진화가 구체화하고 그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소재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이다.
글로벌 자동차 소재의 진화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관련 산업에서도 미래에 대한 대비가 시급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동차 부품에 특화된 소재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 단일 소재의 개선에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복합재료 및 접합소재 기술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여야 할 것이다. 철강업계에서는 자동차산업이 워낙 중요한 수요처이기 때문에 이러한 노력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비철금속이나 화학소재 업계는 범용소재 수요가 크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처럼 분산·특화된 고기능 재료 산업에서의 기술개발에는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온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재·부품·완성차 업계의 더욱 적극적인 기술 협력이 필요하다. 소재기업은 자동차 부품·모듈의 생산공정 및 니즈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렵고, 자동차기업은 최적의 소재를 선택할 만큼 다양한 소재특성을 자세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현재 자동차용 소재 트렌드는 완성차에서 필요한 물성과 기능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소재를 설계하면서 성형 가공방법을 만들어야 하는 맞춤형 소재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따라서 소재 기업과 완성차 기업이 부품업체와 함께 기초적인 소재 컨셉을 잡고 개발하는 단계부터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자동차용 고기능 소재부품의 원천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독일과 일본을 보면 미래 자동차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자국 내 자동차 소재, 부품, 완성차 업체 간의 기술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정부 R&D 과제가 이러한 협력의 시발점이자 정보·기술 교류의 기반이 되고 있다.
자동차용 소재부품은 ①다양한 업종 기업들의 협업이 필요하고 ②산업 연관 효과는 크지만 불확실성도 큰 장기 과제이며 ③국가 에너지/환경 정책과도 연관성이 높은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여, 지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동차는 기초 컨셉부터 시작하는 신차 개발에 5~10년 정도 소요되고, 소재도 신규 소재 개발 및 적용에 비슷한 기간이 필요하다. 둘 다 모두 호흡이 긴 산업으로 두 산업이 만나는 자동차용 소재 산업의 변화는 매우 느리고 감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은 변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선도기업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모습이 구체화 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과 소재 산업 양측 모두에게 자동차용 소재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각자가 미래 자동차용 소재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전략을 고민하면서 부족한 지식과 기술은 협업을 통해 극복하여, 새로운 융·복합기술의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대응과 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출처: LG경제연구원>

※ 출처 : EngNews (산업포탈 여기에) - 자동차 소재의 진화 ‘혁신의 동력은 기술의 융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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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매실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