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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모이는 마을, 광부의 길과 황금폭포, 영월 모운동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은 2009년까지 하동면으로 불리던 곳이다. 방랑시인 김삿갓의 묘가 있다는 유명세 덕분에 아예 행정 명칭을 바꿨다. 영월 읍내에서 88번 국지도를 따라 태백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고씨동굴을 지나 김삿갓면 소재지인 옥동리를 만난다. 계속해서 옥동천을 따라가다 최근에 개통한 와석재터널을 통과하면 김삿갓마을과 주문리 입구에 이른다. 두 마을은 옥동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옥동천에 걸린 다리를 건너 주문리에 들어선다.

모운동은 해발 700m가 넘는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주문2리라는 행정 명칭보다는 구름도 쉬어간다는 뜻으로 모운동이라고 불린다. 모운동에 이르는 외길은 옥동천 옆에서 시작된다. 산자락을 따라 굽이굽이 고개를 넘는데, 사방이 높은 산들에 둘러싸였으니 ‘벽골’이요, 지천인 참나무를 땔감으로 쇠를 벼르던 대장간이 있던 골짜기여서 벼리미(비림)골이라고 했다. 그 험한 골짜기를 겨우 올라서 산꼬라대이(꼭대기) 부근에 이르자 뜬금없이 나타나는 산촌마을이 바로 모운동이다.

 

 

 

탄광촌의 굴곡진 역사

 

현재 모운동은 30여 가구 5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아담한 벽촌마을이다. 가파른 산비탈을 의지해서 올망졸망 늘어선 집들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모운동의 역사는 1989년을 기점으로 앞뒤로 나뉜다.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라 뒷산(망경대산)의 옥동광업소가 폐업했다. 모운동은 옥동광업소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들과 가족이 살던 탄광마을이었다. 가장 번성했던 1980년대에는 1만여 명이 넘는 주민이 살았다. 당시에 마을은 학교는 물론이고 세탁소, 미장원, 철물점, 병원에 극장까지 갖추어 웬만한 소도시만큼 번창했다. 하지만 탄광이 문을 닫자 모든 것이 신기루였던 양, 그 많던 주민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1만여 명이 넘던 주민이 50여 명으로 줄었다. 보다 못한 김흥식 이장이 마을을 살리기 위한 아이디어를 냈다. 집집마다 벽화를 그려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탄광 관련 이야기를 소개하며 홍보에 나섰다.

 

민간 기업으로 국내 최대를 자랑한 옥동광업소에는 2,000여 명의 광부들이 일했다. 그들의 일터인 탄광과 거주지인 모운동을 잇는 ‘광부의 길’은 대략 2km 남짓 가파른 절벽과 산비탈을 따라 이어진다.

평소에 광부의 길을 찾으면 새까만 길바닥을 볼 수 있었다. 오랫동안 광부들의 걸음에서 묻어난 석탄가루가 길바닥을 물들인 탓이다. 폐광된 뒤 어언 25년째에 이르건만 지워지지 않는 탄광촌의 흔적인 셈이다. 그런 광부의 길이 오늘은 눈에 뒤덮여 새하얗게 빛나고 있다. 하얀 광부의 길을 따라 천천히 옥동광업소 쪽으로 향한다. 동발(갱목)을 만들던 폐허를 지나자 샘물이 솟는 조그만 연못이 보인다. 광부들은 이 연못에 동전을 던지며 작업장의 안전과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곤 했단다. 이어서 ‘휴식’이라는 제목의 광부 조각상과 전망대가 나타난다.

전망대에 오르자 황금폭포와 아가리를 벌린 벼리미골 협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위벼랑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얼어서 얼음기둥이 된 황금폭포가 깊은 협곡과 어우러져 시원한 그림을 연출한다. 700m 떨어진 폐광에서 흘러나온 물을 끌어와 만든 인공폭포다. 얼음기둥이 황금 빛인 건 철분을 많이 머금은 물 때문이라고 한다. 황금폭포는 여름보다 겨울에 날씨가 추울수록 거대한 얼음기둥이 만들어져서 더 볼 만하다.

 

 

 

폐광산의 추억

 

과거 옥동광업소 갱도가 있던 곳은 돌을 쌓아서 막고 흙을 덮어놓았다. 그 위로 풀과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나 얼핏 산비탈의 일부처럼 보인다. 다만 갱도 부근 공터에 광부들이 작업 뒤 몸에서 석탄가루를 씻어내던 목욕탕 건물이 남아 있다. 곧 허물어질 것처럼 낡은 건물이 마치 옛 시절의 영화를 부질없이 되새김질하고 있는 듯 보인다. 건물 뒤편으로 좁은 오솔길과 개울이 나란히 이어진다. 갱도를 모두 막고 딱 하나 남겨뒀는데, 폐광에서 솟은 용출수가 흘러나오도록 남겨둔 것이다. 철분을 머금은 붉은 물이 콸콸 소리를 내며 개울을 이룬다. 이 물이 조금 전 구경한 황금폭포의 원천인 셈이다.

광부의 길을 걸어서 다시 모운동으로 돌아간다. 폐광까지 둘러본 뒤여서 그런지 산비탈에 듬성듬성 들어선 작은 집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마치 저마다 구구절절 사연이 있을 것만 같다. 다시 둘러보니 집들 사이로 빈터가 여기저기 널렸다. 모운동이 전성기였을 때는 저런 빈터가 모두 함석집으로 들어차 있었을 거다. 옛 광산촌의 추억을 뒤로하고 싸리재(샛재)로 향한다. 저만치 발 아래로 큰 산들이 줄기줄기 뻗어 장관을 이룬다. 솔밭을 지나자 구절양장 고갯길이 예밀리로 이어진다. 예밀리 고갯길을 힘겹게 오른 마을버스가 곁을 스치듯 지나간다. 얼핏 보이는 버스 안에는 할머니 한 분만 승객으로 앉아 계신다.

 

 

- 여행정보 TIP

■ 김삿갓면사무소 : http://ksgm.yw.go.kr, 033-372-9001

■ 모운동(주문2리) : 김흥식 이장 011-374-9549

■ 영월군청 문화관광과 : 033-370-2541

■ 찾아가는 길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 호법분기점 → 중앙고속도로 → 제천IC → 38번 국도 → 영월 → 88번 국지도 → 모운동

·대중교통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영월버스터미널까지 하루 13회(07:00-22:00) 운행, 2시간 20분 소요. 영월터미널에서 주문리 방면 농어촌버스를 타고 모운동에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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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EngNews (산업포탈 여기에) - 구름이 모이는 마을, 광부의 길과 황금폭포, 영월 모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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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매실총각